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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무원, 연인, 여자 - 11부
최고관리자 0 21,790 2022.10.24 15:58

비행을 떠난지 사흘 째 날에 혜미로부터 국제전화가 왔다.




혜미가 있는 곳은 프랑크푸르트였다. 


그녀가 비행을 떠나기 전 난 이미 그녀의 다음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혜미는 문자를 즐겨 사용한다. 


그냥 통화로 간단하게 하면 될 내용조차도 문자를 많이 이용하는 습관이 있는 듯 했다. 




그녀는 한손으로 칠까 두손으로 칠까...


두손이겠지, 여자니까. 


여자들의 문자 치는 모습을 보면 손가락이 안보이잖아.


거의 마술이요, 신의 경지에 가깝다.




혜미는 내일 한국으로 들어온다. 




내일이라면...


오늘은 즐거운 TGIF (Thanks God It’s Friday) 니까 내일은 주말이다. 




집에는 이미 홍콩을 경유해서 들어온다고 거짓말을 해놓았다고 했다.


주말 이틀동안은 나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결국 즐거운 주말을 그녀와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주도 반드시 Blue Monday로만 시작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난 내일 아침 공항으로 혜미를 픽업 나갈 것이다. 


강화 쪽의 펜션을 봐 놓았다. 


내일은 혜미와 함께 펜션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혜미에게 유니폼을 입게 한 채로 섹스를 할 것이다. 




예전에 나이트와 공항에서도 승무원을 서너 번 유혹하여 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적나라하고 열정적인 정사가 이어졌지만, 


하지만 유니폼을 입혀놓은 채로 섹스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유니폼을 입고 다음 날 출근할 때 자동차 안에서 애무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섹스는 아니었다. 


줄곧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과의 섹스를 꿈꿔왔지만, 항상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서 번번히 좌절하고 말았다. 




단 한번...단 한번 유니폼을 입은 여승무원과의 섹스를 가진 것이 수연이와의 섹스였다. 




그 날밤...우리들의 마지막 밤이 되었던 바로 그날 밤 말이다. 




그날 밤...수연이의 눈빛...나를 바라보며 눈물짓던 그렁그렁한 눈망울...


깊고 깊었던 그 눈....


차마 마주 볼 수 없어서 애써 고개돌려 외면했던 그 눈빛...




수연이의 마음을 저버리고 돌아선 후에 얼마나 많은 밤을 그 눈빛 때문에 설쳤던가. 


꿈 속에서조차 그 눈빛은 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늪이 되어 나를 그 속에 빠뜨렸고, 


난 늘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런 상태는 퍽 오래 지속되었다. 


나는 심신이 수척해 갔다. 


어렸을 때부터 익힌 태권도와 격투기 덕분에 건강한 신체, 거기에 따르는 낙천적인 성격까지...




명랑하기만 하던 내 심신도 정(情)이라는 그물에 한번 걸려들어 버리자,


마음의 상처가 깊이 아로새겨지고, 그 상처로 인하여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과 상태로는 도저히 그 때 사귀던 여친을 계속 사겨나갈 수가 없었다. 


결국 잦은 다툼이 있었고, 내가 폭력을 쓰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당연히 이별의 수순으로 이어졌다. 




잠시동안 방황에 빠지던 나는 가까스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남은 학업에 열중하였다. 


남아있는 젊음과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다시금 마음을 모질게 먹은 것이다. 




수연이도 헤어진 여친에 대해서도 더 이상 궁금함을 갖지 않았다. 




마음 속에서 모두 지우고 학업과 운동, 취미생활에만 열중했다. 


그러길 참 잘했던 것 같다. 


적어도 그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길지는 않았어도 줄곧 순조롭게만 이어져오고 있으니.




다시 명랑하던 성격으로 돌아갔지만, 


여자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에 있어서는 커다란 변화가 생겨났다. 


오로지 본능과 욕망에만 충실하며 엔조이를 즐기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몇 번 시도해보자 내 본능 속에 잠자고 있던 끼가 계발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도대체 오래 전에 왜 그토록 어리석고 철이 없었는지 오히려 후회하게 되었다. 




수연이가 도대체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수연이라는 년도 결국은 나를 원했던 것 뿐 아니냐고.


그년도 결국 나와의 섹스를 원했던 것 뿐이 아니었을까...?


뭘 그리 고민했담? 


나 좋다고 달려드는 년...


신나게 물릴 때까지 실컷 따먹어주고 버리면 그만인 것을...


제 년이야 걸레가 되든 말든 지가 알아서 할 일이지.


어차피 남녀관계가 다 그렇고 그런거잖아. 


제깟 년은 뭐 얼마나 깨끗하고 순결하다고.....




나는 애써 이런 식의 생각을 떠올리며, 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그렇지 않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수연이에 대한 욕을 할 때는 여전히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결국...나의 프로의식에 아직도 미진함과 부족함이 많다는 것이다…


아아...한탄스러운지고.




어쨋든 내일 난...유니폼을 입은 혜미를 마음껏 유린할 것이다.






토요일 오전. 


차를 몰고 인천공항으로 나가서 혜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공항은 언제 봐도 참 잘 지었다. 


아주 오래 전 김포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쓰고 있을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를 자주 드나들던 외국인 손님들만 해도 김포국제공항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던 사람들은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한국이 그 사이에 이토록 발전했나 하고 충격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오사카에 간사이 신국제공항이 들어섰을 때, 


그것을 모델로 삼아서 우리나라에는 김포국제공항 대신 인천국제공항이, 


그리고 홍콩에는 예전의 카이탁 공항 대신 현재의 첵랍콕 국제공항이 지어졌다.




하지만 후발제인이라고 했던가. 


인천국제공항과 첵랍콕 국제공항이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보다 잘 지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흠...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담. 


뭐 어쨋거나 인천국제공항도 잘 지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당연히 내 앞을 지나가는 여승무원들의 유니폼과 


그녀들의 몸매를 감상하느라 눈이 휙휙 돌아가고 있다. 




예쁜 것들...


하루에 한시간에 한 명씩, 도합 스물네 명 씩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큭큭큭...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가 들어와 있다.




“0번 출입구에서 기다리세요, 금방 갈께요, 설마 안 나온건 아니시죠?”




혜미가 왔구나. 


0번 출입구로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나오는 시간이 길다. 


뭐 까짓거...조금 더 기다리면 알아서 기어나오겠지.




잠시 후, 저 안에서부터 혜미가 칵트를 끌고 걸어나오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있는 혜미의 모습은 본지가 오래되지 않았는가. 


거의 20일 쯤 되었던가....




유심히 살펴보았다. 




역시...단정하고 예쁜 모습...


평상복을 입고 있을 때와는 또 전혀 다른 헤어스타일과 메이킹...


그리고 궁극의 단정함을 상징하는 유니폼...




동료 세 사람과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갑자기 도중에 멈춰서서 두사람이 인사를 드리고, 고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공항의 저쪽 편으로 걸어간다. 


한 사람은 별로고 한 사람은 예쁘구나. 


길다란 뒷모습이 끌린다.




다시 걸어나오는 두 사람. 




혜미가 더 산뜻하고 예쁘다. 


역시 나처럼 멋진 사내녀석도 마음이 끌릴만큼 아름다운 아가씨이긴 하다.




다른 동료도 괜찮긴 하다. 


상대적으로 혜미가 더 낫다는 말이다.




출입구로 나와서는 또 다시 손을 흔들며 작별한다. 


나는 일부러 약간 한쪽으로 물러나 모른체 하며 서 있었다. 




혜미가 돌아서더니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여승무원의 아름다운 미소...


상냥함이 가득 배어있는 기분 좋은 스마일이다.




나도 모르게 기분좋은 웃음이 덩달아 나왔다.


그녀를 마주 쳐다보며 다가섰다. 




“조혜미 승무원, 참 잘했어요^^”




“쿡쿡...^^”




“힘들었지?”




“당연하죠.”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기다리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갑자기 그녀가 승무원 식으로 단정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다. 


아...사람들도 보고 있는데…어색어색...-_-




무안해진 나는 황급히 칵트를 대신 받아 끌며 차를 세워놓은 쪽으로 걸어간다. 


공항 출입문 앞 신호등을 건너 야외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아, 잠깐”




그녀가 나를 불러 세운다. 






“응?”




내가 혜미를 돌아본다. 






“줄게 있어서...”




혜미가 유니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낸다. 




손바닥을 펼치니 기내에서 나눠주는 땅콩 두 봉지다.




“................?”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진 내가 혜미의 얼굴과 땅콩을 번갈아 본다.






“흠헤헷^^”




혜미의 장난기 섞인 해맑은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에 시선이 혜미의 얼굴에 꽂힌 채 고정된다.




이어지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쌩~뚱 맞져?^^"




밝은 표정으로 웃는다...


예쁜 얼굴에 귀여운 보조개가 화~알짝 피어오른다.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사랑스럽다.






화창한 날씨와 잔잔하게 시원한 맑은 바람...


그리고 밝게 쏟아지고 있는 오전의 햇살...




그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서...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꽃처럼 아름다운 젊은 여승무원이 나를 마주보고 환하게 웃으며 서있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햇살 아래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녹아 사라질 청춘은


이렇게, 짧아서,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아름답지 않은가...




좋지 아니한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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